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헤어지셨나요? 실연당한 사람들의 필수 시청 영상
    실연극복기 2021. 6. 1. 16:29

    한 달이 지났다.

    아무 준비 없이, 어떤 낌새도 없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별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평소와 같은 주말 만남으로 생각하고 주중에 배송 온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고 나갔다.

    늦봄과 초여름이 버무러진 날씨는 기가 막히게 맑았다.

    파란 하늘과 눈부신 햇빛. 집 밖에 나와서 마주한 바깥 공기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씨였다.

    인사를 하고, 당연하게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은 손을 잡지 않고 각자 걸었다.

    "조심히 가." 그게 마지막이었나? 아무튼 가는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정확한 마지막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

    헤어지자는 이야기에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 않길래 내심 '나 좀 성장했나? 이게 삼십대의 연애인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뒷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마자 눈물이 차올라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당일 날 제외하고는 큰 감정기복 없이 잘 지내고 있었는데

    이 글을 쓰며 그 날을 돌이키는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고 목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려 한다.

    첫 문단을 적고, 이별 통보를 받는 순간까지 이어서 쓰다가 지워버렸다.

    여기에 글을 쓰기로 한 건 헤어진 이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함이지, 이별 장면을 곱씹고 그 전의 일들에서 원인을 찾아 이유를 만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려는 것은 아니니까.

     

    어쨌거나 중요한 건 '지금'이고, 그와 헤어지고 살아가는 '나'에 대한 것이다.

     

    이별 통보를 받고 느낀 가장 큰 감정은 '왜?'라는 의문이었다.

    앞서 말한 대로 헤어질 줄 모르고 헤어짐을 당한 것이니 스스로 이별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물론 상대가 몇 몇 이유들을 말하긴 했다. 충분하지 않았다. 여전히 난 이해할 수 없었다.

     - '왜 나랑 얘기도 안 하고 혼자만 생각하고 혼자 이런 결정을 내려?'

     - '내가 뭘 잘못한 건가? 싸운 적도 없는데 이렇게 갑자기?'

     - '날 더 이상 안 좋아해서 그런건데 이런 저런 이유들을 갖다 붙이는 건가?'

    예상치 못한 이별 통보는 각종 물음표가 붙은 문장들을 생산해 내며 끊임없이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원래 내 이야기를 남에게 잘 털어놓는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이별 통보를 받은 이 상황을 터놓진 않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혹시라도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를 대비해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는 모습으로 비치긴 싫었다.

    상담선생님께 연락드려 헤어진 바로 다음 날 상담을 잡았고(이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다뤄보겠다.)

    이별 관련 각종 키워드와 문장을 구글에 검색했다.

     - ㅇㅇㅇ때문에 헤어지자는 남자친구

     - 갑작스런 이별통보

     - 재회하는 법

     - 헤어지고 나서

     

    출퇴근길에, 퇴근 후 집에서 멍 때리다가, 갑자기, 내 안에 물음표가 떠오를 때마다 구글에 검색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다. 유튜브도 몇 개 봤는데 일반인들의 연애상담류 콘텐츠는 별로 유용하지도 않고 수다 떨기 좋아하는 사람의 토크, 썰풀기에 내 시간과 조회수를 기여해 주는 느낌이었다. 세상만사 아니꼽게 보이는 불만족의 시기라 그랬는지도 모른다. 

    그런 꽁한 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영상을 보긴 했다. 2배속으로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남들 얘기를 열심히도 들었다. 그리고 각종 커뮤니티, 브런치 등에 올려진 글들도 많이 읽었다. 그러다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이 영상을 보았다.

     

    How to fix a broken heart | Guy Winch

    실연을 극복하는 것은 여정이 아니라 투쟁이다!

     

    헤어지고 나서 이 세상의 영상 중에 단 하나만 볼 수 있다면 이걸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한글자막도 지원된다!)

    ​이별 한 달째 마음을 다잡을 겸 다시 영상을 보며 내용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실연은 극적인 감정 고통을 유발해 마음 역시 똑같이 극적인 이유를 찾아낸다. 
       가장 이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조차도 미스터리와 음모론을 떠올리게 만든다.
     - 연애의 금단은 코카인이나 아편의 금단과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두뇌에 작용한다.
     - 전 애인과의 추억을 곱씹는 건 연애의 금단을 대체하기 위한 중독과도 같다.
     - 중독자들은 스스로가 중독되었다는 걸 알지만 실연을 당한 사람들은 중독이라는 걸 모른다. 문자 메시지, 사진,
       전 애인의 SNS를 들여다 보는 행동들은 중독을 유지시키고 정서적 고통을 심화시켜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 - 실연 극복이라는 투쟁 에서 이성이 당신의 최고의 무기다.
    ​ - 헤어짐에 대한 어떤 설명도 당신을 만족시킬 순 없다. 
       상대가 말해 준 이유를 믿거나 스스로 지어내고 질문을 멈춰라. 중독에 저항하려면 단절이 필요하다. 
    ​ - 헛된 희망을 거두고 지난 관계를 보내고, 상황을 받아들여라.
     - 희망은 실연에 있어서는 파괴적이다.
     - 전 애인을 이상화하고, 좋았던 기억을 반복재생하는 건 상실의 고통을 더 크게 할 뿐이다.
     - 과거를 이상화하지 않으려면 균형을 잡아야 한다.
       미소가 떠오르면 찡그린 얼굴을, 좋았던 추억 말고 안 좋았던 기억도 함께 떠올려라.​
    ​ - 전 애인이 좋은 짝이 아니었던 이유를 나열한 목록을 작성하고 핸드폰에 저장해라.
    ​ - 과거를 이상화하거나 그리움이 몰려오면 핸드폰을 봐라.
    ​ - 전 애인도, 관계도 완벽하지 않았다는 걸 자주 떠올려라.
    ​ - 실연은 복합적인 심리적 외상이다. 40%는 임상학적으로 측정가능한 우울증을 경험한다.
    ​ - 실연은 그 사람만 잃는 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했던 사회생활도 같이 잃는 것이다.
    ​ - 고장난 마음을 고치고 싶다면, (실연으로 인해 비워진) 삶의 빈 곳을 확인하여 채워야 한다.
    ​ - 정체성을 형성했던 부분을 찾아 자아와 삶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 - 가족,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가까워질 수 있다.
    ​ - 주변에 실연한 사람이 있다면 연민을 가지고 대하라. 사회적 응원이 회복의 중요한 열쇠다.
     - 인내심을 가져라. 당신의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 - 이별은 어렵다. 이별은 마음 속 전쟁이며, 전쟁에서 이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무기는 당신에게 있다. 싸울 수 있다. 그러면 당신은 회복될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 도움이 되어 요약만 한다는 것이 결국 받아쓰기가 되고 말았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들은 알면서도 자꾸 반복하게 되는 부분들과 이건 꼭 해봐야지 했던 내용들이다.

    그리고 붉은 색으로 표시한 부분! 헤어진 사람들이 이별 상황에 매몰되는 것을 막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명심해야 할 내용들이다.

     

    헤어짐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어떠한 설명으로도 이별을 납득할 수 없다.

    특히나 큰 싸움이나, 잦은 다툼 없이 비교적 원만하게 지냈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시점에 이별 통보를 받은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머릿속을 떠다니는 무수한 '왜'라는 질문에, 사고하는 동물인 인간은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만들고 싶을테지만 답 없는 질문에 답을 찾으려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 그냥 아무 이유나 하나 만들어서 질문은 멈추고 헤어지는 날에 멈춰있는 일상의 시계를 다시 돌리자.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자아와 삶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 확립에 애쓰자.

    연애를 하기 전, 연애를 하던 때보다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나를 아껴주자.

    이렇게 다짐해도 일상 속 때때로 그 사람이 떠오르겠지만 그런 순간도 받아들이고 다시 또 흘려보내자.

    실연은 원래 힘든 것이라고 하지 않나? 이 글을 포함해 온라인 상에 무수히 많은 이별 글을 보게 되거든 실연의 아픔을 견뎌내고 있는, 이겨낸 사람들이 있다는 걸 감각했으면 좋겠다. 첫 이별이 아니라면 당신도 실연 투쟁에서 이겨낸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하자. 이 시기의 아픔이 그저 고통이 아닌 성장통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은 실연과 싸울 수 있다. 그리고 이겨낼 수 있다. 

     

     

     

    댓글